안녕하세요, 왕대공입니다.
오늘은 리후레쉬할 겸 색다른 주제로 글을 씁니다.
재밌게 본 작품 소개를 할 건데요. 리뷰도 붙이겠습니다.
출시된 지는 대략 3년 가까이 지난 작품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입니다.
본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 한켠에 후유증이 남아있는 작품입니다.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OST - I Really Want to Stay at Your House (한글,자막,가사,해석)
(스포일러 주의) 그런 건 없다. 아직까지 안 봤으면 앞으로도 안 볼 거잖아!
손을 잡는다는 것은 함께하겠다는 약속이 아닌가. 그래서 그다음 질문이 더 아프다. '넌 무슨 생각해?'라는 말이, 그 짧은 물음은 나이트 시티의 네온보다 오래 남았다. 부제인 엣지러너는 나이트 시티의 무법자, 용병, 갱단 같은 존재들이다. 도로 위 갱단의 싸움에 휘말린 주인공 데이비드는 그 자리에서 어머니를 잃고 길바닥에 내앉는다.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가난한 소시민이었던 글로리아는 아들은 반드시 비싼 아카데미에 보내기 위해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이버웨어를 몰래 가져다 팔며 돈을 벌고 있었다. 사이버웨어는 인체 이곳저곳에 이식하는 임플란트로 신체 능력을 증강시키는 기술 제품군을 말하는데 이 동네에서 그걸 뜯어다 파는 건 그냥 장기매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산 사람을 납치해서 사이버웨어를 뽑아내는 스캐빈저 갱단에 비하면 죽은 사람 것을 뜯어서 파는 건 양반일지도? 장례를 치를 돈도 없는 글로리아의 유골은 그대로 화장되어 자판기 콜라처럼 쇳덩어리 용기에 담겨 굴러 나온다.

글로리아가 마지막으로 빼돌린 군용 사이버웨어인 산데비스탄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이버펑크의 헤드인 메인. 판매대금을 선지불 받은 글로리아의 죽음으로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같은 용병단의 멤버인 루시는 지하철에서 좀도둑질을 하다가 우연히 데이비드를 만나게 된다. 당시 데이비드는 이미 산데비스탄을 신체에 이식한 상태였고, 그것을 능숙하게 다루며 의뢰를 해결하는 실력을 인정받아 메인의 용병단에 들어가게 된다. 멤버들과 두루 친해지며 언젠가 루시의 소원대로 달에 꼭 가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신체에 이식한 사이버웨어는 강력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바로 사이버 사이코시스라는 정신질환이다. 사용자는 과도한 사이버웨어 장착으로 인해 정신이상상태를 겪게 되는데, 마지막에 와서는 데이비드도 이를 피하지 못한다. 인공 폐부터 인공 안구까지, 작품 후반부의 데이비드의 진화된 피지컬을 보면 이것 뭐예요 소리가 나온다. 인간이 치아교정만 해도 온갖 나쁜 생각이 다 든다는데, 온몸에 임플란트를 박는다고 생각해보라. 오죽하겠나. 1화 맨 처음에 등장하는 산데비스탄의 주인도 사이버 사이코시스로 인해 군·경과 대치하다 목숨을 잃는다. 이 작품은 수미상관의 구조를 취하며 비극적인 순환과 운명의 반복이라는 서사를 보여준다.

루시는 데이비드에게 아라사카의 실험체 출신인 자신을 추적하는 집단이 있고, 그들은 또한 너를 노린다고 경고한다. 한편 데이비드는 자신이 강해지면 루시도, 팀도, 모두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데, 어머니의 죽음 이후 데이비드는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특별한 인간이 되기를 늘 바랐다. 산데비스탄을 비롯한 수많은 사이버웨어를 감당할 수 있는 '특별한 몸'이라는 재능에 집착하며, 존재의 의미를 갈망한 그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길 위에 선다. 이 장면에서 피할 수 없는 나이트 시티의 법칙이 드러난다.

마침내 루시는 달에 도착해 우주복을 입고, 진짜 달 위를 걷는다. 하지만 그녀가 달에 가기를 바랐던 것은,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꿈이 아닌 도피였는지도 모른다. 정말 원했던 건 단지 달이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먼 곳,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안타깝게도 남자는 바보라 원래 돌려 말하면 잘 모른다. 그런 점이 남녀의 사소한 엇갈림이라고 생각한다. chill guy는 원래 그래(아무튼 보냈죠?) 같이 가자고 말을 하지 그랬어.
손을 잡으면 36.5도의 온기가 전해진다. 고성능 사이버웨어로 대체된 손이라면 조금 차가울 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은 손만 스쳐도 누군지 알아챈다. 어깨를 감싸주거나, 머리카락을 넘겨주거나, 포옹할 때조차 손끝을 통해 마음이 전해진다. 하여 이별이 두렵다. 더 이상 내손으로 닿을 수 없다는 현실은 그 자체로 공포다. 나이트 시티는 진심 하나로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었다. 루시는 무사히 달에 도착했지만 가장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은 없었다. 차가운 우주복 너머로 더는 손을 잡아줄 사람도, 온기도 없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슬프고,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내가 널 달에 데려갈게 약속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